산중에서
길을 잃고 구조를 요청하러
길 떠났던 한 아버지가
눈 속에서 혼자 숨져 갔다고 한다.
신은 우리가 극한의 고통에 다달았을 때
그것을 잊어 버리게 하는 장치라도 달아 주었던가?.
날개가 부러진 한 작은
티티새 같은 그 젊은 아버지는
날개 대신 그 장치를 달고
추위조차 잊어 버리고 저 눈 위에
그의 깃털들을 뽑아 던져 놓았더라고 한다.
신은 마지막으로 그 새에게
산중에 남겨 두고 온 어미와 어린 새끼들을
꿈 속에서라도 만나게 해주었을까?.
행복이란, 괴로운 일은 잊어 버리고
즐거운 일만 기억하는 사람의 몫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냥 얻어지는 행복보다는
가슴 아픈 기억으로부터 스스로를 구원해 낸 기쁨
고난 속에서도 희망을 놓지 않고
날갯짓을 멈추지 않고 있는 자기 자신에게서 얻는
존재의 기쁨에서 더 큰 위안을 얻는 것이 아닐까? .
참으로 더 큰 위안은 남의 기쁨과 슬픔들도
모두 제 날개 밑에 품은, 더 큰 조감도를 가진 새의 몫이리라.
그러나, 슬프게도, 나는 우물 안에만 갇혀 세상의 모든 강물이
다 서로 닿아 있음을 자꾸만 자꾸만 잊어 버리고,
일희일비 옹송거리기만 하고 있는 또 한 마리의 작은 티티새.
신이시여, 계시다면, 은총을 베푸시어
내 작은 기쁨에만 안주하게 하지 마옵시고, 내 고통으로부터
도망가게 하지도 마옵시고, 어떤 순간에도 투명하게
그 고통을 마주하면서, 끊임없이 날갯짓을 계속하도록 도와 주시옵소서.
저 눈밭을 기어 올라 강가에 이르러, 그 강물에 떠내려 가고 말게 될 지라도,
그 고통마저 다 놓아 버리는 저 마지막 순간까지 이 세상에서 존재했던
내 모든 순간들에 대해 감사할 수 있도록 도와 주시옵소서..
사진은 앞글에서와 마찬가지로,, 이자벨님 이 보내주셧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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