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 비낀 숲에서

세모에

해선녀 2006. 12. 24. 16:15

20832 20831 20829

 

세모는

질주하는 세월의 한길에서

잠시 버스를 내려

골목으로 걸어 가는 시간

 

  

 마알갛게 제 빛을 되찾으며

홀로 서 있는 가로등 밑을 지나

젊은 시절 눈물나게 좋아했던 

노래 하나 흘러 나오는

어느 창문 밑을 지나.

 

 

애초에, 

삼백 예순 다섯 날씩

세월을 잘라 놓고

쉬면서 가자고 한 이는 누구였던가?

참, 고맙기도 하지. 

 

  

골목을 되돌아 나오면

 한길은 여전히 달려 가고 

나는 하늘 아래

새로울 것도 하나 없는 글 쪼가리들을

또 새로운 듯이 끄적거리리라. 

 

 

 그래도, 너는, 

일년 삼백 예순 닷새를

꼭 처음 무지개를 보는 아이처럼

그렇게 기쁜 마음으로 살아 갈 수 있겠니? 

 

 

네 묻는 마음이 곧 내 대답이지.

 

 

세모는

자문자답처럼

어깨를 어루만져 주는 저 노래를

흥얼흥얼 따라 부르며

골목을 다시 빠져 나가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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