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벽두부터, 왜
광목 몸둥이에 빨간 털실 머리카락
어린 시절 엄마가 기워 준
그 헝겊인형이 생각났을까?
인생을 알 만하다고 생각하기 시작한 것은
낯선 만남들 속에서 내 안의 어떤 것을
만나게 되었을 때부터였으리라.
내 기쁨과 슬픔이
나 혼자만의 것이 아니라는 것,
숱한 모순과 불합리와 허세가
다 나와도 무관한 것이 아니라는 것.
그러나, 나는
기블 땐 부둥켜 안고 슬플 땐 내동댕이치며
나당나달해질 때까지 가지고 놀던
그 인형을 잊어 버려고
점점 낡은 영혼이 되어 간 것이 아니었을까?
더러 더러
남몰래 기뻐하고 눈물도 흘리지만
물에 물탄 듯 술에 술 탄 듯
한 독재자가 쓰러지는 것을 보면서도.
내 안에 서 있는 독재자를 나는 아직 보지 못한다.
새해에도
그런 나를 놓아 두고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을 만나겠다고
길을 떠나지는 못하리라..
내 영혼의 변주곡 같은
아득한 멜로디 하나 들려 나올 것 같은
숲 속의 빈터 어느 덤불 속에서
그 때처럼 반달 같은 입을 벌리고
여전히 혼자서 웃고 있는
저 헝겊인형이나 다시 만날 수 있으면 정말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