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 비낀 숲에서

새해에

해선녀 2007. 1. 3. 10:24

20967

 

 

 

  

새해 벽두부터, 왜

광목 몸둥이에 빨간 털실 머리카락

어린 시절 엄마가 기워 준

그 헝겊인형이 생각났을까?

 

인생을 알 만하다고 생각하기 시작한 것은

낯선 만남들 속에서 내 안의 어떤 것을 

만나게 되었을 때부터였으리라.

 

내 기쁨과 슬픔이 

나 혼자만의 것이 아니라는 것,

숱한 모순과 불합리와 허세가

다 나와도 무관한 것이 아니라는 것.

 

 

 

그러나, 나는

 기블 땐 부둥켜 안고 슬플 땐 내동댕이치며

나당나달해질 때까지 가지고 놀던

그 인형을 잊어 버려고

점점 낡은 영혼이 되어 간 것이 아니었을까? 

 

더러 더러 

남몰래 기뻐하고 눈물도 흘리지만

물에 물탄 듯 술에 술 탄 듯 

한 독재자가 쓰러지는 것을 보면서도.

내 안에 서 있는 독재자를 나는 아직 보지 못한다.

 

 

 

새해에도

그런 나를 놓아 두고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을 만나겠다고

길을 떠나지는 못하리라..

 

 내 영혼의 변주곡 같은 

아득한 멜로디 하나 들려 나올 것 같은

숲 속의 빈터 어느 덤불 속에서

 

그 때처럼 반달 같은 입을 벌리고

여전히 혼자서 웃고 있는

저 헝겊인형이나 다시 만날 수 있으면 정말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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