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전
클리블랜드를 차로 지나고 있는데
마침 클리블랜드 심포니가
저 곡, 스메타나의 나의 조국
전곡 연주를 시작하고 있었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달려 가는 자동차의 물결 속에서
생방송으로 중계되고 있는 그 음악을 들으며
우리도 흐늘거리며 물결치며 흘러 가고 있었다.
아, 그래, 바로 이렇게,
강물처럼 흘러가는 것이 인생이라더니
때로는 요동치고 부딪치며
때로는 깊고 푸르고 도도하게
또 때로는 고요하고 잔잔하게...
사람들은 참, 용케도 길들 찾으며
흘러 가는구나 하는 생각에
몰다우강에 이르러서는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내가 가고 있는 이 길은 어디서부터 와서
지금, 어디쯤 와 있는 것일까?
노을진 바다가 보이는
강어귀, 하아얀 등대
꿈속처럼 서 있고
어디론가 나를 실어 갈 배,
배들이 하나, 둘,불을 밝히며 기다리고 있는 곳?
강물은 느릿느릿 퍼져 흐르고
저녁안개 속에서 해는 마악
온통 붉은 하늘과 바다, 경계도 모를
그 바다 속으로 들어 가고 있는 곳?.
그래, 이젠 더 이상 낯선 나라로 가는 설레임보다는
머리 위를 날고 있는 저녁 갈매기들이
먹이나 든든히l 주워 먹었는지
마음 캥겨하는, 그리고, 그 옆에 앉아
우리를 따라 흘러 온 물고기들이
저 바다로 이제 첨벙 뛰어들면 오랜 옛날부터 거기
먼저 가 살고 있던 다른 물고기들을 다시 만날 수 있을까
그런 몽상이나 하는 그런 우리가 되어 있다.
어어이, 어어이, 잘 가거라 그래, 너도 잘 가거라
부르고 대답하며 너는 뭍으로 나는 바다로
언제 다시 만날 지 알 수도 없는 인연들로
헤어지기도 하는 물고기들을 많이도 보았다.
아쉽고 섭섭한 이들, 마음들
그러나, 그것이 인생인 것을 어찌 하랴.
그래, 우리, 조금만 더 천천히 흐르자. 더 천천히,
그래 그렇게...이제 거의 다 왔다. 더 넓게, 더 낮게, 낮게,
저 지는 해가 다시 떠오를 때까지...
바다는 아니고 강도 아니고 막막한 벌판 한가운데였지만,
해는 실제로 지평선을 넘어 가고 있었고 우리는
각자의 생각에 잠게 느리게 더 평화롭게 자동차를 몰고 갔다.
그 연주로부터 너무 멀어지고 싶지 않아서....
그래, 우리도, 어지러이 흔들리던 갯부들, 억새들 사이로
기웃거리며 머뭇거렸리며 얼마나 헤매었으며
어디론가 흔적도 엇이 사라져 갈 뻔한 적도 얼마였을까? 어리석었던,
아, 어리석었던 삶이여. 그래, 우리 정말, 장하구나 용쿠나, 여기까지
끊임없이 흐르고 또 훌러 온 것이...우리 서로 위로하며, 감동하며,
저 바다로 흘러 들어 가자꾸나. 지는 해를 안고, 저 그리워 하던
섬들을 안고 노을 속에서 부우웅 뱃고동 소리를 들으며....
연주가 끝나고 있을 때, 우리는 긴 여행의 마지막 저녁식사를
샌드위치와 커피로 떼우고 노오란, 딱 일곱 송이가 꽃이 핀 수선화 화분 한 개를 샀다.
신시내티로 들어 가는 고속도로엔 후미들을 켠
크고 작은 차들이 조용히 꼬리를 물고 아물아물 달려 가고 있었고
연주회장은 박수소리가 끊어질 줄 모르고 이어지고 있었다.
몰다우강도 아니고 거기가 내 조국도 아니었지만 가슴 벅차도록 요동치고
굽이치며 흐르는 나이야가라강물을 마지막으로 보고 온 그 미국 동부여행의 끝,
이른 봄밤 속으로,우리는 그렇게 가물가물 수선화 향기처럼 스며 들어 가고 있었다.
사진은 이자벨님이 프라하의 몰다우(몰티바) 강 언덕에서 내려다 보신 조감도를 보내 주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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