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 비낀 숲에서

저녁 숲길에서 들려 온 소리

해선녀 2013. 1. 26. 16:22

 

   

어두워져 오는 

아직은 투명한 코발트빛

겨울하늘이 너무 좋다고 푸드득, 

내 빈가지를  박차고

네가 아까 날아올랐을 때 말이야,

 

산길을 내려가던 사람들은 말했지.

쟤네들은 인연이 아닌가 보다고.

 

우리 얼마나 오랜 시간을 돌아

이 작은 지구촌, 관악산 자락하고도

이 작은 인헌동 숲속 산책길에

한 그루 떡갈나무와 

작은 까치 한 마리로 만났는지

알기나 하는지

 

그러게 말이야.

제게 보이는 만큼만 있고

보이지 않는 건 없는 것이

인연이란 말인가? 

툭하면 인연대로 살자고 하다가도

인연을 맺는다느니 끊는다느니 하지.

 

나 이제 네 어깨 위에서 잠들면

너의 숨소리 내 가슴에 스며 들고

너의 굳은 피부 속

새움이 도돔 자라나는 소리도

내가 먼저 듣는데

 

너의 살랑대는 이파리들 소리에

잠을 깨는 봄날은 언제 올 거냐고

내가 조바심내면

조금만, 조금만 더 기다리라고

네가 다독거려 주는 우리를 두고

인연이 아니라니,  

 

그러게 말이야.

온저녁 이 숲길을 다시 밝혀 줄

멀떼같이 키만 큰 것 같은 저 가로등도

제 안의 작은 빛이

제 밖의 어둠이 더 깊어져야

빛날 수 있다는 걸 알고 있는데,

 

그러게 말이야,

우리 이야긴 고사하고

내일 아침 해만 뜨면, 이 숲길에

로등 하나 있다는 것쯤은

또 다 잊어버리고

재잘대며 지나 다니겠지. 

하하, 사람들은 다 까마귀 같아서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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