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워져 오는
아직은 투명한 코발트빛
겨울하늘이 너무 좋다고 푸드득,
내 빈가지를 박차고
네가 아까 날아올랐을 때 말이야,
산길을 내려가던 사람들은 말했지.
쟤네들은 인연이 아닌가 보다고.
우리 얼마나 오랜 시간을 돌아
이 작은 지구촌, 관악산 자락하고도
이 작은 인헌동 숲속 산책길에
한 그루 떡갈나무와
작은 까치 한 마리로 만났는지
알기나 하는지
그러게 말이야.
제게 보이는 만큼만 있고
보이지 않는 건 없는 것이
인연이란 말인가?
툭하면 인연대로 살자고 하다가도
인연을 맺는다느니 끊는다느니 하지.
나 이제 네 어깨 위에서 잠들면
너의 숨소리 내 가슴에 스며 들고
너의 굳은 피부 속
새움이 도돔 자라나는 소리도
내가 먼저 듣는데
너의 살랑대는 이파리들 소리에
잠을 깨는 봄날은 언제 올 거냐고
내가 조바심내면
조금만, 조금만 더 기다리라고
네가 다독거려 주는 우리를 두고
인연이 아니라니,
그러게 말이야.
온저녁 이 숲길을 다시 밝혀 줄
멀떼같이 키만 큰 것 같은 저 가로등도
제 안의 작은 빛이제 밖의 어둠이 더 깊어져야
빛날 수 있다는 걸 알고 있는데,
그러게 말이야,
우리 이야긴 고사하고
내일 아침 해만 뜨면, 이 숲길에
가로등 하나 있다는 것쯤은
또 다 잊어버리고
재잘대며 지나 다니겠지.
하하, 사람들은 다 까마귀 같아서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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