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오던 그 날, 우리 함께 걸으면서도
너의 싸늘한 눈빛과 굳은 표정,
가만히 잡아 본 너의 손에서도
너의 무심함과 냉담과 경계만 읽혔다.
너는 또 아니라고,
추위탓이었다고 말하겠지만,
그건 분명, 세상에 대한 분노로 보였다.
그게 나는 슬펐다.
너는 또 내게서 무엇을 보았을까?
너나 나나, 우리 서로 다른 행간을
읽고 있었을지도 몰라.
아니, 그게 맞을 거야. 우리는 때로
우리 자신의 마음속 행간도 잘못 읽으니까.
그래, 우리, 분노도 슬픔도 말하지 말자.
이런 날, 배려는 그냥 바라보아 주는 것뿐이야.
다만, 너의 눈빛과 언 볼과 언 손이
어서 따뜻해지기만 바랄 뿐이야.
아직은 겨울도 한가운데,
새도 한 마리 오지 않았지만
고맙게도,
우리 사이를 휘날리는 하얀 눈이밭이랑도 고랑도 구분이 없이
온천지 빈들판을 다 덮어 주고 있었다.
사진중 인물과는 무관합니다.^^
사진: 먼길님 http://blog.daum.net/streamin/1585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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