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선대 계곡을 오르다가
.장군봉보다 더 큰 노루 한 마리... ㅎㅎ
신흥사로 내려 오니 날은 저물어 뒤에 선 부처님이 안보이시네.
겨울나무 가지 끝은
파르르 떨리는 명민한 예감
투명한 하늘의 속살에 찌른 침.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가지를 타고 오른 땅기운으로
천기의 맥을 짚고 있었다.
낙업들 아래 숨은 산의 속살을
즈려 밟을 때마다 저르르 저르르
산의 체온이 전해져 오고
바위들은 이마를 내어 주며
비틀거리는 나를 받쳐 올려주네..
엄마 품에 안겨 노는 아기처럼
기대며 붙들며 춤을 추며
귀면암을 지나 양폭 아래 서니
나는 어느새 순한 한 마리
암노루가 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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