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 비낀 숲에서

안단테, 또는 모데라토로/2004.1.24.

해선녀 2005. 1. 23. 17:55

 

041123 삼막사 가던 길에서

 

 

 

 

 

나는 아직도

 

그대의 피리 소리에

잠을 깨는 숲속의 붉은새



그대가 피리를 불면

나는 간지럼을 타면서

저 계곡 안개 속 나무 끝에서

고운 아침 잠을 깬다네.



먼 훗날,

포도원 그늘 작은 집 툇마루에서

지옥같이 항기로운 포도알을 고를 때

그 피리 소리 메아리로 돌아와

그대의 손가락 끝에 와 앉거든



그대 잠시 눈을 감고

그 숲속의 빈터에서 들리던

붉은새의 소리도 기억해 주오.



저녁 노을이 포도빛으로 타올라 와도

고른 손길, 나즈막한 읊조림

안단테, 또는 모데라토로. 



01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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