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1123 삼막사 가던 길에서
나는 아직도
그대의 피리 소리에
잠을 깨는 숲속의 붉은새
그대가 피리를 불면
나는 간지럼을 타면서
저 계곡 안개 속 나무 끝에서
고운 아침 잠을 깬다네.
먼 훗날,
포도원 그늘 작은 집 툇마루에서
지옥같이 항기로운 포도알을 고를 때
그 피리 소리 메아리로 돌아와
그대의 손가락 끝에 와 앉거든
그대 잠시 눈을 감고
그 숲속의 빈터에서 들리던
붉은새의 소리도 기억해 주오.
저녁 노을이 포도빛으로 타올라 와도
고른 손길, 나즈막한 읊조림
안단테, 또는 모데라토로.
011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