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숲길을 간다.
이 길 저 길 만나고 헤어지다가
마지막 출구를 바라 본다.
저 출구를 나서면
숲속 방황과 치기를 다 잊어버릴까?
그 평안과 위로도 다 잊어버릴까?
서둘러 출구로 다가가 보지만
내가 서두른 만큼
현깃증을 느끼며 돌아와
숲 주변을 다시 맴돌 것 같다.
달빛 어린 숲에서 거닐며
더 오래 머무는 것이
더 나다운 일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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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음의 패기와 방황과 치기로 마음을 어지럽히고 흔들었지요. 그것이 젊음의 특권인 양... 지금도 저는 그 꼬리를 희미하게 붙들고 조금 더 뒷쪽에서 그 꼬리를 세차게 흔들고 있는 젊음들에게 말합니다. 이 숲으로 나오라. 폭풍 그치고 달빛 내리는 숲으로...그리고는 이 쪽 출구로 나와 함께 그 미망의 꼬리를 놓아버리자... 그러나, 그것, 역시 무리인 줄 알지요. 모든 것은 다 저마다의 때가 있는 법. 조숙도 조로도 다 삶을 너무 서두르는 것 천천히, 다 때가 되어 절로 될 것이 될 때를 기다려야지..
(순례자님의 황혼의 연가에 올려진 헤르만 헤세의 '밤길'에 단 꼬리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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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길 / 헤르만 헤세>
저녁 늦게 먼지 덮인 가로(街路)를 간다.
벽의 그림자가 비스듬히 비추어지고,
포도 넝쿨 사이로 달빛이
개울과 길 위에 떨어짐을 본다.
전에 불렀던 노랫가락을
다시 가만히 읊어 본다.
지난날의 수많은 방랑의 그림자가
나의 갈 길을 가로막아 떨어진다.
오랜 세월의 바람과 눈보라와 뙤약볕이
내 마음 속에 다시 떨어진다.
여름 밤 번개 치던 일도,
폭풍이 불고, 여행 중에 고생스러웠던 일도.
햇볕에 까맣게 그을고, 이 세상의
부풀음을 가득히 들이마셔,
나는 앞으로 이끌림을 느낀다.
나의 갈 길이 마침내 암흑 속으로 떨어질 때까지.
황혼의 연가 [ ncolumn.daum.net/hjoa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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