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 비낀 숲에서

위대한 헛것들의 축배를

해선녀 2004. 5. 6. 13:02

 

 

 

 
우리가 저 모닥불도 아니고
저 유리창에 너울거리는  

모닥불 그림자였을 뿐이라고

 

그대 말해도.


나 이제 서럽지 않아.

 

 

 

꺼져 가는 저 모닥불 속을 타오르다가

 

밝은 몸짓 하나씩으로 만난

 

티끌들이었다고 해도. 

 

그저 고마울 뿐이지.

 

 

 

하얀 재로 날아가면서도

 

좋은 인연 함께 나누던 술잔에

 

'위대한 헛것'이라는 말이나 써 넣고 

 

우리 축배를 들까?

 

 

 

음, 혀 밑에 싸르르 도는 이 향기

 

다 헛것이라 해도,

 

우리 사랑 여기 있었다는 것

 

그 하나만으로도 우리는 이미

 

 위대한 헛것들이 아니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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