늪이었다. 트레일을 따라 한참을 올라간 곳에 아무도 없는 고요 속에, 거기 늪이 누워 있었다.
귀여운 수달 한 마리가 놀라서, 그 반들거리는 머리를 위로 솟구치더니 첨벙 소리를 내면서 다이빙을 하고 들어가버린 후, 늪은 다시 정적이었다. 여기저기 비죽거리고 올라온 마른 나무 등걸들과 페티코트를 받쳐 입은 폭넓은 드레스를 입은 것 같은 우아한 싸이프러스 나무밑둥들 사이로 우리는 모터보트를 몰고 아이들처럼 호기심에 차서 늪의 더 깊은 곳으로 들어 갔다.
햇볕이 흐름이 없는 수면 위를 일단정지상태로 머물고 야트막한 산그늘 쪽으로는 유난히 커다란 잎을 펼치고 있는 수련들이 보트를 올려 놓아도 물에 빠지지도 않을 듯 싶게, 서로 어깨를 겯고 빽빽히 누워 있었다.
오끼 페노키. 이 요상한 인디언 이름을 나는 잊지 못한다. 플로리다의 막막하게 넓은 에버그레이드 자연 공원 그 어느 한 부분이었다. 안으로 들어갈수록, 우리는 우리가 모터보트를 탔다는 것만 빼놓고는, 그 안에 숨쉬는 어떤 것들보다도 더 대수롭지 않은 미물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장엄한 대자연이 그 큰 품을 열고 우리를 맞아 들여 주는 것이 점점 황홀해져서,
우리는 숨을 죽이고, 그래도 호기 있게, 점점 더 깊은 곳으로 겁도 없이 들어갔다. 속도를 낮추고 한참을 달렸을 때, 아, 거의 모터보트의 크기만큼 큰 악어 한 마리가 바로 우리 눈 앞에 버티고 있지 않는가! 녀석은 잠을 자고 있다가, 우리를 정면으로 쳐다 보면서도 꿈쩍을 않는다. 폭풍 앞의 정적. 우리는 기겁을 하고 보트를 돌렸다.
다른 곳에서 유람선을 타고 있을 때는 수 십마리의 거북이나 악어를 보아도 하나도 무섭지 않고 어린 아이들까지도, 아, 저 귀여운 녀석들, 그랬었는데, 이 조그만 보터보트에 아이까지 태우고 여기까지 들어 왔으니...보트의 속도를 최고로 높이고 달렸다. 등어리에 진땀이 났다. 녀석이 펄쩍 뛰면서 보트를 따라 올 것 같아서.
수련이 떠 있는 곳까지 돌아와서야 숨을 돌린 우리는 속력을 줄이고 불어 오는 부드러운 바람에 옷깃을 날리며 늪이 다시 정적에 잠기는 것을 게슴츠레한 눈으로 바라 몰 수 있었다. 늪이 고요라고 누가 말하였는가? 그 거대한 생명의 덩어리가 그 안에서 그 거대한 숨을 쉬고 있었던 것을.
우리들의 마음도 그런 것이 아니던가. 겉으로는 고요한 것 같지만, 그 속을 헤집고 깊이 들어가 보면 저렇게 많은 상념들이 그 안에서 미묘한 지도를 그리면서 서로 부대끼고 어루만지면서 살고 있었던 것을. 그 중에 저 악어 같은 녀석이 하나 영역을 지배하면서 있을 터인데, 내 속의 그 녀석은 지금 무엇일까?
녀석을 만나는 것이 두려워, 모른 척하고 덮기도 하지만, 참, 나도 나를 모르겠을 때가 너무 많다. 그저, 저 자연공원처럼, 내가 한 번씩 헤집고 분석하고 딴에는 내 스스로 나를 처리하는 것 같지만, 알고 보면, 내 마음은 그런 내 짓꺼리 때문이 아니라, 그것과는 상관없이, 자연의 섭리대로 저절로 변해가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