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 비낀 숲에서

흐린 날 오후

해선녀 2004. 4. 19. 16:49
 
 
 
 
 
흐린 수평선 아래로먼 바다가 졸고 있다. 아파트 창문 밖의 화면은 안개로 가득하고 
희미한 의식의  있다. 내 영혼은 지금, 저 너른 공간과 이 컴퓨터와 내 골수 사이의
어느 협곡을 헤매고 있는 것일까?  배들이 다 나가버린 오후, 포구로 나가면  떠나지 못한
 
내 배를 만날 수  있을까?  어쩌면 지구의 반대편에서 다시 떠오르고 있을 지도 모른다.
 
아무도 없는 빈 집 오래 된 관념의 마당 저 편 벽에 언젠가 걸어 두었던  두레박 하나가
 
흔들리고 있다. 이십 층 콩크리트 두께를 뚫고 소금 냄새가 나는 해변까지 두레박을  내릴 수
 
 있을까?  텅, 텅,  빈 벽에 두레박이  부딪치는 소리만 나고   발이 땅에 닿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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