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 비낀 숲에서

흔적

해선녀 2004. 4. 22. 0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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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직도 아세칠렌 불꽃 냄새 나는 리어카 위의 멍게, 해삼, 닭똥집들이

그대의 눈길에 반짝이던 젊은 날들을 잊지 못한다. 흔들흔들, 옆에서 걷는

그대의 체취는 사향노루, 그대의 숨소리는 젖은 갈잎 흩어진 머리카락 아래로

떨리던 속눈썹을 잊지 못한다. 그 깊은 우울의 날개 밑 독재의 어둠 속을

응시하던 것,입술에 피워 문 담배 연기 달빛 얼비친 봉창문께로 흘러가던 것,

잊지 못한다. 밤을 지샌 그 봉창 밖에서는 개구리 울음소리만 그치지 않았다.

개구리들보다 어리석은 내 삶, 내내 말없이 바라보아 준 것, 잊지 못한다. 그래,

아릿한 이 기억들이 모두 그대의 옷깃을 스치며 흘러내린 나무잎 한 장의 흔적들

같은 것임음 너무도 잘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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