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의 초겨울 저녁은 쉬이도 온다.
거대한 쇼핑물들은 더욱 당당해지고
대낮에도 외로운 눈빛으로 가물거리던 차들이
오로지 한 줄기 빤한 의식의 불빛으로만 흐르는 시간
아직도 영혼이 산란스러운 눈송이들은
부시시 깨어나는 가로등에게라도 가서 매달리고
세월에 저만치 떠밀려 가던 사람들도
화덕 속에 첫 장작을 던져 넣으며
아아, 이 냄새, 너에게로 달려 가고 싶어 한다.
누구라도, 이 때쯤에는
파드득, 광솔에 불이 붙듯
아, 그 때, 우린 그랬었구나, 하며
지난 이야기를 모두 다시 쓸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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