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 비낀 숲에서

시카고의 초겨울

해선녀 2005. 11. 28. 07:21
 

 

 

 

시카고의 초겨울 저녁은 쉬이도 온다.

거대한 쇼핑물들은 더욱 당당해지고

대낮에도 외로운 눈빛으로 가물거리던 차들이

오로지 한 줄기  빤한 의식의 불빛으로만 흐르는 시간

 

아직도 영혼이 산란스러운 눈송이들은

부시시 깨어나는 가로등에게라도 가서 매달리고

세월에 저만치 떠밀려 가던 사람들도 

화덕 속에 첫 장작을 던져 넣으며 

아아, 이 냄새, 너에게로 달려 가고 싶어 한다.

 

누구라도, 이 때쯤에는

파드득, 광솔에 불이 붙듯

아, 그 때, 우린 그랬었구나, 하며

지난 이야기를 모두 다시 쓸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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