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 비낀 숲에서

묘비명

해선녀 2005. 11. 21. 04:11
 ,

 

숲 속의 빈터 어느 풀섶엔

다람쥐가 묻어 놓고 잊어 버린

잣알갱이 같은 내 기억 조각들이 숨어 있지.

기쁨도 슬픔도 낙엽 밑에서

세우고 벼리던 날개를 모두 접고

하얗게 고른 숨을 쉬고 있지.

쓸쓸함도 다정이라, 저물녘 산책길엔

공연히 발길이 거기 머물어.

낙엽 한 줌 더 올려 놓고 다독여 주고

내 영혼의 분신들 여기 잠들다.

묘비명 하나 세워 놓고 돌아 선다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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