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 비낀 숲에서

11월의 마지막 즈음에

해선녀 2011. 11. 26. 19:12

 

 

 

 

 

계절은 가고 온다지만,
가을이 나를 떠나는 것도 아니고
내가 가을을 떠나는 것도 아니다.

겨울이 나를 기다리는 건 더욱 아니다.
 다만, 내가 나를 떠나고
나를 기다리는 것이다.

 

하여, 11월,
가을도 아니고 겨울도 아닌
내가 태어난 흐릿한 이 달에,

김광석의 노래가 그랬던가,
네가 너를 떠나는 것도 아니고
네가 나를  떠나는 것도 아니게,

다만 내 안에 그리고 네 안에서

내가 나를 부르고 나를 기다렸다.  

 

가늘게 가늘게, 너와 나 사이
서로의 그림자가 그림자를  밟던
그 기억만으로도 충분히
우리는 사랑하엿다고
고개 끄덕이며 더 많은 세월을  지내리라.

 

다만 그사랑으로
그 옛날, 내 창가에 와서
울어 주었던 카디날, 그 붉은새  한 마리
작은 내 품속으로 다시 날아와
겨우내 옹송거리다가도

저 메이플 나무 움돋는 어느 봄날,
한 마리 또 다른 붉은새가 되어
날개를 치며 날아 오르기를.

 

나는 그 새를 품고

내 밑바닥까지 침잠하엿다가
 그 순정한 울음
붉은새 한 마리로 다시 태어나리라.

 

11월이 나를 데리고
바바리 코트 자락을 날리며 사박사박

잎 다 떨어진 메이플 나무
숲속으로 걸어 들어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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