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 비낀 숲에서

침묵과 수다 사이

해선녀 2010. 1. 16. 10:30

 

  

그 오래 전부터

수다 속의 침묵도 침묵 속의 수다도 서로 읽지 못한 채 

피날레가 들려 오고 막이 내리고

소통도 방언도 아닌  우리의 연극은 늘 그렇게 끝나지.  

차단과 억압인지 .연민과 그리움인지

어줍잖은 몇 마디  단어들이아직도 낙엽처럼 휘휘

무대 구석을 쏠려 다니는데, 내버려 둬.

때가 되면 꽃이 피고 지듯이

 물처럼 음악처럼 마음이 보는대로 시키는대로

 흔들리고 물결도 치며 또 그렇게 가겠지.

웅얼거리며 앞서거니 뒤서거니

내 안의 배우는 조명이 꺼진 무대를 내려 가고

또한 내 안의 관객들은 함박눈이 내리는

정초의 저물녁 거리쏟아져 들어 간다.

그대에게 가는 길은 침묵도 수다도 아닌 것을 왜 모르겠는가?

가로등 불빛이 희미하게 비춰 주고 있는

침묵과 수다 사이, 나도 여전히

모든 말해진 것과 말하지 못한 것들 사이로

주머니 속의 손을 꼼지락거리며 걸어 가고 있다.

느릿느릿, 그 언젠가 그대도 그랬듯이.

 

 

 

 

 

누군가가 누구를 비난할 때, 그게 나요.나는 차마 말하지 못한다.그게 바로 당신이요.그 말은 더군다나 더 못한다. 당신의 아름다움만에만 찬사를 보내며돌아서는 허탈감., 무력감, 자괴감내가 무슨 말을 해도, 인정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아 보일 때,나는 그저 기다려야 한다.그 안의 또 다른 관객과 함께박수나 치면서, 나 또한 그의 다른 관객이 되어...그의 연극이 끝날 때까지 조용히.고도오를 기다리듯이

 

마주 보며, 나 또한 배우가 되었을 때도 마찬가지,내 안의 관객은어쩔 수 없이손님맞은 주인처럼서툰 내 배우를 좀은 부끄러워 하며  너희들 참 애스는구나. 연민하고 용서하며 두 배우들을 위해서 해장국은 못끓여도한 장의 표값을 지불하고바람부는 거리로 나서야 한다.잠시 잠시, 바람에 나부끼며누가 누구의 배우인지 관객인지우리 서로 잘 알아 보지 못하더라도,오로지, 우리들 에서서로의 배우와 관객을 본다는 것그것만으로도 우리는 좀더 따스해지지 않던가? 

 

그럴 때, 고개는 떨구고배우와 관객의 거리가너무 극명하게 분열되지 않도록머리 위의 가로등은 희미해서.배우와 관객의 사이를 매개하고주머니 속의 손가락들은  꼼지락 꼼지락서로에게 말을 걸고 수긍하며.느릿느릿 그렇게 걷는 것이다.두어 개의 신호등만 건너고 나면.  니체도, 에디뜨 피아프도 아니게. 나와 똑같이, 그 안에관객과 배우를 끌어 안고 걸어 가는군중 속으로 사라지는 것이다 저물녘, 그러나 또다른 자신과 타인의 존재와 만남에 대한, 외롭지만 결코 외롭지만은 않은 기다림...소멸, 망각,  재생.., 반복되는 삶의 연습이자 죽음의 연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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