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빈가슴과 빈머리인 채로, 새해 들어 처음으로 당신에게로 갔던그 날, 당신의 산은 푹푹 발이 빠지는 눈산이엇다. 하늘은 높고 숲은 하얀 눈과 나목들의 맑은 비움으로 빛낫다.오로지, 평화와 고요...아, 그 속에서 당신은 잠들어 잇엇다. .당신의 사랑하는 두 제자들은 당신의 어깨에 나비 같은 꽃 한 송이를 꽂아 주고, 당신의 언 발밑에는 한아름고운 꽃다발을 소복이 놓아 주엇다. .
숲에 들자, 한없이 마음이 고요하엿고 편안하엿다...여기 묻힌 당신이나 조금 더 이 세상헤매고 다닐 나나그저, 한 순간, 한 걸음 차이일 뿐, 무엇이 그리 다르겟는가? 더 멀리, 더 가까이 휘돌아 가는 산아래 저 길을 따라, 크고 작은 이웃의 다른 나무들 사이로,눈밭을 혜치며, 우리는 여전히 함께 걷고있엇다. 어어이, 어서 와, 손짓하며 당신은 그 찌그러진 코펠 주전자를 버너에 올려 놓고 한가득, 커피를 끓이고 우리는 못다 나눈 이야기를 주거니 받거니 나누며 따사로이 비쳐 드는 오후의 햇살을 즐기고 잇었다.
키크고 마른 것이 천상, 당신이구나...당신의 나무는 유난히 키가 크고, 노오란 잎들이 아직도 많이 달려 잇엇다. 우리들이 왔다 가면 마저 떨어트리겟다고 기다리고 잇었다는 듯이...그래, 당신, 이제 그 잎들 다 내려 놓고 푹 쉬고...새봄에 새순 돋우고 새잎 내 놓을 준비해야지...응, 알고 잇어. .내 알아서 다 할 거야...흠, 그 말도 여전하군..내가 달리 산사람인가? .봄이 되면 또 올께...그 동안도, 저렇게 찾아 와주 는 겨울새들하고 도 이야기 많이 하고... 당신에게 바쳐진 이 예쁜 마음들도 잊지 말고... 잠 잘 자고...나무 너무 많이 한다고 애쓰지는 말고, 커피 끓이면 언제라도 우리 불러요....금방 와서 함께 마실께...알앗어, 알앗다구..잔소리는 그만 하고.어서 식기 전에 커피나 마셔........
우리는 그 날, 그의 따뜻한 커피를 얻어 마시고... 그의 배웅을 받으며 산을 내려 왓다... 어서 가서 잘들 하고 잇어....그래, 당신도...알앗어, 걱정말고 .당신이나 잘 해......그는 그 숲의 다른 나무들과 우리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저 세상 이야기를 나누고 잇을 거야...에이, 그래도 가끔씩은 우리들 이야기도 하겟지? .산아래 굽이 도는 길과 주차장의 눈을 치우고 잇던 아저씨들도 그렇게 정이 가고 고마울 수가 없었다...그는 아마, 그 분들과도 매일 아침 커피 한 잔을 같이 할 것이다. 우리는 부를 생각도 않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