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사흘,
이것 저것볼일도좀보고 복지관에도 조금씩 나다녓습니다...아직 기운도없고눈가엔 다크 써클도 생겼지만, 무엇보다도, 눈이 엄청 더 많이 어두워졋어요. 지하철 안의 전등을 반은 꺼놓은 것인가 했어요... 언젠가 외워 두엇던대로 17, 19, 21.개의 계단을 세면서 오르내리니 좀 낫더군요. 몇몇 곳 더, 내가 자주 가는 곳 계단 수를 외워 둬야지...그것도 힘들면 도우미도 신청해야지...그렇게, 그렇게, 소풍하는 방법이 이제 자꾸 달라지겟지요...많은 다른 사람들도 그러햇듯이......
어제는 오랫만에 시장들러 또 양팔 가득 힘겹게 들고 들어 오면서 아 언제까지 내가 이걸 할 수 있을까...생각햇어요. 이제 곧 눈이 너무 어두워 혼자서는 물건을 제대로 살 수가 없게 될 터이니...그도 그랫겠구나, 이제사 생각이 들엇어요. 늘 나가다니기를 좋아하는 성격이어서 그랫다고만 생각햇는데...내가 언제까지 산책하고 운전하고 다닐 수 잇을까...아, 그래서 그는 조금만 괜찮은 듯하면 자꾸 운전해서 어딘가 가고 싶었던 것이구나...
그러고보니, 그와의 마지막나들이는 바로 저 복지관이엇네요...아침에 나를 데려다 주더니 오후엔 또 데리러 왔지요.언제엿던가, 그가 나만을 위해 그렇게 운전해서 가고 오고 햇던 적이...플로리다 시절이 생각낫어요...그 땐 그래도 내가 일하러 가고 공부하러 가고 그랫지, 이렇게 순논나니로 여가생활을 하러 다니는 일에 몸이 아픈 그가 손수운전으로 나를 모시게 되다니...하루종일 집에서 같이 있을 필요 잇겟나, 사흘째, , 점심 후에 나는 복지관 가고, 그는 혼자서 책을 읽거나 화분일을 하다가...자꾸 잠만 오면. 일어나 바람도 쇠고 저녁을 사먹기도할 겸, 운전해 나오곤 하엿지요.....어느 때보다도 유순하고 착해지던 마지막 나날들...내가 다 나아서 이리 살 수만 잇으면 얼마나 좋겟나 하던 그....
..마침 전시회 출품햇던 도자기 네 개를 공익 아이들이 실어주어 집으로가져 왓던 그 날, .기운도 없는 양반이 기어이 도자기 하나를 들고 들어 오겟다는 것이 안쓰러워서 내가 현관문과 엘리베이터 문을 양손으로 동시에 잡고 있는 사이에, 팻지가 목에 끈이 달린 채로 엘리베이터 안으로 뛰어 들어가 버리는 바람에 엘리베이터 문이 잠긴 채 열리지 않아 혼이 났던 그 날..그 날도 그의 제자들은 그의 연구실에서 세미나를 하고 잇엇고 그는 세미나에도 못가고 지낸다는 현실조차 의식하지 못할 정도로 약해져 가고 잇엇지요...한 달도 못되는 사이에 접촉사고를 세 번이나 내면서도 끝까지 운전대를 놓지 않던 그...그 나흘 후인 11월 1일에 그는 떠났던 것이지요...
그 한 시 반 시, 그 앞에 서면 언제나 노심초사하지 않으면 안되던 세월의 관성이 갑자기 뚝 끊어지지도 않아..., 정신적인 공황상태를 추스리기가 쉽지는 않아요.. 도무지 쫓길 일이 없는 이 널널한 시간의 자유...시시때때로 부럽기도 하던 그 생활을.불꽃처럼 살다간 그가 갑자기 내게 마지막 선물처럼 주고 갔는데도.....나는 막상, 이것을 감당할 자신도 없고..., 적어도 아직은 그래요...생각하면 미안하고 고막고 그가 불쌍해지기만 하네요.....바보 같이...함께 저 양평 가서 살자 해 놓고.....아, 이런 말은 하지 말아야지 햇는데...
제자들은 .선생님이 떠낫어도 자기들끼리 그 세미나를 계속할 것이라고 하네요....종류는 다르겠지만, 나도 내가 할 수 잇는 것을 오로지, 내가 그렇게 할 수 있을을 즐기는 마음만으로 끝까지 하고 다닐 수만 잇으면 좋겟어요...그게 무엇이든....그러다가, 머지 않은 어느 날, 내 작은 불꽃도 스러져그처럼 홀연히 사라져 가 버릴 때까지...
원래 내 생각은, 그가 은퇴하면 그 양평에, 오두막집이라도 짓고 살면서 저 아우구스티누스가 제자들과 함께 공부하고 토론하던 저 베레쿤두스의 시골집, 카시키아쿰 같은 곳을 마련하리라 햇던 것이지요...그러나, 지금 그는 떠났지만, 그가 그토록 오래 마음쓰며 가고 싶어 하던 그 자리에 작은 공간 하나는 여전히 마련하려고 해요. 그의 책들도 좀 갖다 두고 그의 제자들이 세미나를 계속할 수 있는 곳, 우리가 좋아하던 벽난로도하나 갖다 놓고 그가 사랑하던 가족형제들, 제자들, 친지들...누구나 생각나면 한 번씩 가서 그와 함께 이야기 나누다 올 수 있는 곳...
오늘도, 복지관에 서당개하러 가서 네 시간을 앉아 잇엇어요. 가물가물 나불나불...하는 중에도 내내 나뭇꾼 생각이 떠나지 않았고, 내가 아직도 내가 아닌가도 했지만, 그러면 어때, 곧 내가 나를 이해햇어요... 그는 이제, , 육신의 옷을 벗어 놓고 저 자연으로 돌아 갔지만, 그 영혼의 여운이 내 안에, 존재하는 것이고 나는 그것을 당연하고도 감사히 생각해야 한다고...그러니....굳이 그를 잊으려고도 가두려고도 하지 말자..죽은 자나 산 자나, .내가 바로 너이고 너가 바로 나인 것은 마찬가지..... 문득 문득 아픈 기억이 떠올라도 서로 불쌍히 여기며 고맙게 받아 안으며 자연의 섭리에 순응하는 마음만을 변치 말자.....
.그래, 그렇게, ..혼자서, 둘이서, 아니, 수많은 다른 영혼들과 함께 이 세상을 가는 것이다...어느 순간엔들, 나 자신 속에서인들, 언제는 모든 영혼이 항상 합일여의하게만 가는 것이더냐...때로 빗나가고 엇나가고...들락날락...앞서거니 뒤서거니...그래, 내가 늘 말해 왓던 그대로, 나 그렇게 가리라.....소풍하듯이... 내가 다음 생에 어디서 무엇으로 존재하든지,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넘나들며 .그의 빈자리..시나브로...나를 황막하게 하지만, 가물가물, 아물아물...언제라도 내가 원하면 여전히 그가 곁에 잇는 듯이 이야기 나누며... 소풍을 계속하리라........
어제는, 막내부부가 경주에 학회하러 떠났어요....혼자 남을 내가 안됏는지, 자꾸 같이 가자고 햇지만, 너네나 즐겁게 다녀 오거라 햇어요... 진짜로, 혼자 잇는 시간, 그 시간을 즐기는 연습을 해야지요.오늘밤엔 살짝, 눈이 온다고 햇는데...눈을 기다리며...툇마루에 나와 앉아 이리 주절대는 거, 그것도 괜찮죠....아직은 글 슬 마음의 여유는 없어요..앞으로 내가 무엇을 하며 살지는 아직 모르겟고... 아무 생각없이, 저 어거스틴 번역이나 일단 끝내 놓을까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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