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작에
울아버지는 나에게
땅에 발도 닿지 않은 채
구름 위만 걷느냐고 걱정하셨지.
구름 위는 아니어도
물위를 걷는 소금쟁이처럼 가볍게
물을 건너듯 살았다면 거짓말일까?
그래도,
가느단 다리에 흐린 눈
멍 투성이 혹투성이라도
물에 빠지지도 않고
물살에 끌려 가지도 않고
여기까지 온 것만 해도 어디냐?
그런데
피안의 꿈도 차안의 고통도
모두 부질없다는 생각은 없는데도
저 건너에 가 닿으면 또 다시
건너 오고 싶어질 것 같은 예감은 왜일까?..
그리움으로밖엔
더 이상 보이지도 않고
일어설 힘도 없어져
창가에 오두마니 앉아
이 쪽을 하냥 바라보기만 하면서
묵주알을 거꾸로 돌리기라도 하면서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