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 비낀 숲에서

소금쟁이처럼

해선녀 2009. 3. 16. 07:52

 

 

 

 진작에

울아버지는 나에게

땅에 발도 닿지 않은 채

구름 위만 걷느냐고 걱정하셨지.

 

 구름 위는 아니어도

물위를 걷는 소금쟁이처럼 가볍게

물을 건너듯 살았다면 거짓말일까? 

 

그래도,

가느단 다리에 흐린 눈

멍 투성이 혹투성이라도 

물에 빠지지도 않고

물살에 끌려 가지도 않고

여기까지 온 것만 해도 어디냐? 

 

그런데 

피안의 꿈도 차안의 고통도

모두 부질없다는 생각은 없는데도

저 건너에 가 닿으면 또 다시

건너 오고 싶어질 것 같은 예감은 왜일까?..

 

그리움으로밖엔

더 이상 보이지도 않고

일어설 힘도 없어져

창가에 오두마니 앉아

이 쪽을 하냥 바라보기만 하면서

묵주알을 거꾸로 돌리기라도 하면서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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