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 비낀 숲에서

말인즉슨 그렇다는 것이지...

해선녀 2009. 3. 16. 02:54

 

하하 늘보미님,자다가 생각해도 하도 우스워서 내가 다시 인낫다는 거 아녀요... '노느니 장독이라도 깬다.' 그 때 그 명언이 ''노는 입에 염불한다'와 '.꽃샘추위에 장독 깨진다'를 버무려서 만들어졋다니...ㅎㅎ  그런 깨달음이 어디서 나왓을까...저 어거스틴의 말대로, 내면의 진리의 빛을 응시하지 않고는 나올 수 없는 말이로세...내 그대를.가히 천재라 칭하노라.....ㅎㅎ ...

 

저 대화편에서도 어거스틴이 말귀를 잘못 알아 듣거나 잘못 말하거나...그런 실수들에 대해 언급하고 잇지요...언어는 그렇게 서로의 생각을 전달하려기 위해 만들어진 신호들이지만 그게 아무리 '정확하게' 전달된다고 해도 그것 자체가 실재(진실, 진리)는 아니다. 따라서, 언어 자체에서 우리가 배우거나 언어 자체가 가르치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단지 그 언어로 인해 우리는 우리의 내면에서 진리를 응시하도록 자극받을 뿐이다...이런 논의를 하고 잇던 말미에...,

 

그렇죠...저 인구에 회자하는 속담들도, 바로 그 언어 자체가 진리가 아니라 진리를 깨달으려는 어떤 사람의 노정에서 이정표처럼 나타난 신호가 구전되어 온 것일 분이고, 그래서 우리들 각자의 깨달음의 노정에도 어떤 도움과 자극을 주기도 하는 좋은 수단이기도 하지만, 때로는.이현령 비현령이고 아전인수이기 십상이어서  우리를 엉뚱한 길로 홀리기도 하는 신기루 같은 것이기도 하지요...

 

 그 깨달음이 결국 얼마나 진리적인가와는 상관없이..., 그 신호들에 함몰되어 신봉하고만 잇을수록 우리는 점점 더 진리의 노정에서 비켜 나가 잇는 것이지요...말은 말일 뿐인 것을...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듯이...하긴, 이 말도 그 자체가 실재는 아니어서 무엇을 깨달을지는 각자의 내면의 시력에 달렷겟지만...

 

노는 입에 염불한다...장독이라도 깬다...꽃샘추위에 장독 깨진다... 우리는 이런 모든 신호들을 곧장 진리로 받아들이는 대신, 그것이 어던 진실을 파악하려는 노정에 있다는 것을 믿을 뿐이지요...갑자기, 이주일씨의 영어 농담도 생각나네요...원 투 해브 예쓰...ㅎㅎ 이게 뭔지 알아요? ..세상 모든 말이 일리 없는 말이 없더라...ㅎㅎ

 

며칠 전, 분재 교수님이그러시더군요. 이주일씨가 분재를 좋아한다는 것을 알고 업소의 주인들이 그 분에게서 사간 분재를 공연료 대신 몇 십배로 불려서 이주일씨에게 주엇는데 이주일은 그걸 뻔히 알면서도 아, 그거 좋군요, 하고 다 받아 들엿다는 것이지요. 그 사후에, 분당의 그의 별장에는 진짜로 값비싼 분제들이 모두 어디론가 실려 가고...실제로 그런 고가로 파리기도 하고...그것을 관리해 주던 그 분의 마음이 그렇게 허탈해지더라는군요..

  

며칠 전에, 늘보미님이 바로 저 Nihil, 無라는 말이 허무주의의 어원인가고 물엇던 것도 생각나네요....어거스틴은 그것을 ''아무 것도 존재하지 않는 상태'를 나타내는 신호로 보자고 햇지만, 그것도 사실상, 그 Nihil 뿐만 아니라, 모든 언어가 다 그 자체로서는 공허하다고 말하고 잇는 맥락에서엿지요.. 말은 말일 뿐이다...그것이 '실재를' 가르쳐 주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즉, 어떤 거창한 도덕규범을 말하고 잇어도, 그 언어 자체에 실재가 들어 잇지 않는 공허일 뿐이다...이것을 일찌기, 어거스틴보다도 거의 천년 전에,  노자도 그 도덕경의 저 유명한 첫머리에설 설하고 있엇지요.  노자가 누구인지조차 확실하지 않다지만, 아무튼,

 

.道可道 非可道 (도가도 비가도)
名可名 非可名 (명가명 비가명)

 

이것을 어거스틴에 맞게 해석하면, 어떤 이름, 즉, 신호(언어)도 실재는 아니어서, 그 자체로서 우리에게 가르쳐 주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이것이 길이요, 방법이다라고 가르쳐 주는 순간 학생의 마음 속에서는 그것만이 길이 아니고 방법이 아니게, 그야말로, '신기루처럼' 사라지고 어떤 다른 깨달음이 생긴다...때로는 진리의 깅에서 더 멀리, 때로는 더 가까이...때로는 교사의 말과 비슷하게 또 때로는 전혀 엉뚱하게...그래서 때로는 실수가 더 멋지게....이런 것이 되겟지요...나는 이것을 자주, '아, 없다 사건'이라고 불러 왓지요.. 이러니, 오날날 이 춘추난국의 과학시대에 이르기까지 세상 모든 것 다 사라져도 저 허무주의만은 사라지지 않을 뿐 아니라, 더 승해지는 것 아닐까요? ㅎㅎㅎ

.

아무튼, 그 말을 하면서 이주일씨는 마음 속으로 무엇을 깨달았을까요? 모든 언어들이 다 그렇듯이, 원투 해브 예쓰...그 말마저도 '말인즉슨', 나는 이 말을 참 좋아해요,  그렇다는 것이지 그 말도 그 자체로서 실재는 아니어서 그거 다 허무한 말이라고 혹시 생각하엿을지..마지막 순간까지 금연을 당부하던 그 사람은 모든 것이 다 허무해도 결국 금연의 과학만은 허무하지 않앗음을 깨달앗을까요...내가 너무 나갓나? 아전인수로...ㅎㅎ

 

저 양반도 한밤중에 컴하다 말고 물주리개로 화분에 물을 주기 시작햇네요. 종일 누웠다, 컴하다, 뒤채엇으니 잠이 올 리가 잇나...아무려나, 내일부턴 자기도 이제 그만 아프고 저 화분들과 함께 봄 자기도 봅기지개를 펼라나...세상에, 출장을 도중에 그만 두고 돌아 오다니..道可道 非可道 .그것만이 길이 아님을 깨달앗나? 하긴,더 젊은 분들이 잇으니, 자기는 일의 꼭지만 따고 뒷일을 맡기는 것도 좋은 방법이지...나중에 보면 자기가 햇던 말보다 더 훌륭한 실재를 터득하고 돌아 올 수도 잇으니...

 

그나 저나, 이제 곷샘추위는 그만일까요?  하긴, 4월에도 눈은 내리더만...
名可名 非可名...바야흐로,  봄이라고 해도 좋고 아니라고 해도 좋고...

이 봄엔 노는 입에 장독 하나 만들어도 좋고 깨어도 좋고....ㅎㅎ

 

근데, 왜 모두들 안 자지요?

막내도 학부생들 셤 채점하느라 밤샘할 모양이네요.

나부터 자야겟어요..이건 .진짜..말만이 아니고... 실제이자 실재라요...ㅎㅎ

 

 

또 댓글 하나 더 보태려다가 이리 길어져 본글로 올렷습니다...이러다가 댓글본글 카테고리 하나 더 만들게 생겻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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