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에는 지금도
어릴 적 내 고향 마당집
감 나무 한 그루 서 있지.
겨우내 벗은 가지 맨몸으로 견디며
없는 듯 서 잇다가도
이맘 때쯤이면
물오른 가지마다 뾰족뾰족
연두색 새순 돋아 나던 그 감나무
내 안엔 할머니가 자으시던
물레도 하나 들어 있지.
지금이라도 먼지 툭툭 털어 내고
살살 돌리기만 하면
옛날 얘기 듣다가 잠든
우리들 머리맡
몽글몽글 꿈 같은 목화송이로
요술처럼 기다란 실을 뽑던 그 때처럼
내 머릿속 엉킨 실타래도
말끔히 다 간추려 줄 것 같은
내 안엔 파아란
선풍기 한 대도 들어 잇지..
마룻장 사이로 얼뜻얼뜻 내비치던
그 어둠속 같은
내 늑골 저 밑에 잠들어 있지만
대청마루 한가운데로 꺼내만 주면
언제라도 사르르 다시 돌며
구겨지고 눅눅해진 내 마음자락
말짱하게 거풍시켜
앞마당 저 봄볕에 내다 널어 줄 것 같은
내 안엔 우리 엄마
브라더 미싱도 한 대 들어 잇지.
터진 옷솔기 닳아진 옷소매
짧아진 바지 가랭이도 다시 손보고
원피스야 색동 저고리야
온하는대로 박아 내던 그 때처럼
지금이라도 그 푸른 기억들
뚜껑만 열어 주면
내 마음의 새옷을 만들어 줄 것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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