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 비낀 숲에서

내 안엔 지금도

해선녀 2009. 2. 27. 04:22

 

 

 

 

내 안에는 지금도

어릴 적 내 고향 마당집

감 나무 한 그루 서 있지.

겨우내 벗은 가지 맨몸으로 견디며

없는 듯 서 잇다가도

이맘 때쯤이면

물오른 가지마다 뾰족뾰족

 연두색 새순 돋아 나던 그 감나무   

 

  

내 안엔 할머니가 자으시던

 물레도 하나 들어 있지.

지금이라도 먼지 툭툭 털어 내고

살살 돌리기만 하면

옛날 얘기 듣다가 잠든

우리들 머리맡

몽글몽글 꿈 같은 목화송이로

요술처럼 기다란 실을 뽑던 그 때처럼

내 머릿속 엉킨 실타래도

말끔히 다  간추려 줄 것 같은

 

  

 내 안엔 파아란

 선풍기 한 대도 들어 잇지..

마룻장 사이로 얼뜻얼뜻 내비치던

그 어둠속 같은

내 늑골 저 밑에 잠들어 있지만

대청마루 한가운데로 꺼내만 주면

언제라도 사르르 다시 돌며

구겨지고 눅눅해진 내 마음자락

말짱하게 거풍시켜

앞마당 저 봄볕에 내다 널어 줄 것 같은 

 

 

내 안엔 우리 엄마

브라더 미싱도 한 대 들어 잇지.

터진 옷솔기 닳아진 옷소매

짧아진 바지 가랭이도 다시 손보고

원피스야 색동 저고리야

온하는대로 박아 내던 그 때처럼

지금이라도 그 푸른 기억들 

 뚜껑만 열어  주면

내 마음의 새옷을 만들어 줄 것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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