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물에 세수하고 문득 거울을 보니
하, 나는 없고 거기에, 주름살만 가득한
낯선 마을이 하나 있다.
그러나, 더 가까이 들여다 보면
거울 안에 또 거울,
그 마을 끝에 낯익은 산길이 보인다.
이 꽃이 나였던가, 저 꽃이 나였던가,
머뭇거리며 애완하며 오르는 길
매미들이 자지러지게,
나는 여기 있소, 소리소리친다.
존재증명, 세상 모든 소음들의 향연
나는 여기 없소,
정적의 소리도 들린다.
그 마을로 다시 내려 오면
한여름 그렇게 피고 지는
스스로 그런 自然, 나도 自然,
고장난 냉장고, 에어컨 삽니다.
확성기 소리 넘치는 봉천동 골목에도
여름 햇빛의 정적이 아직도 뜨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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