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드리 울울한 소나무 사이로
영혼의 잠을 깨는 영강을 따라
화랑들도 말달려 갔을 길을 걷는다.
길섶에서 꼬리 흔드는 보라색 칡꽃,
방긋 웃고 선 연노랑 달맞이꽃은
어느 옛사람이 남겨 두고 간 마음일까?
내 길에 남은 것은 무엇인가
이제 와 내가 영혼의 잠을 깬들,
동네방네 나팔 불 일 있을까마는
젊은 날 셋방 작은 창문 위로
아침마다 핑크빛 입술을 열어재끼던그 꽃, 나팔꽃이 생각나네.
밤이면 새초롬히 입 오므리어도
달에게 여린 덩굴손 몰래 뻗어 보고
땡볕에 숨이 막혔다고 미주알 고주알
별들에게라도 일러바치던 그 꽃,
그렇고 그런 꽃도 여기 있었노라
영혼의 강언덕에 나도 한 작은
나팔꽃으로라도 피어 있고 싶어라.
2004. 7.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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