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 비낀 숲에서

靈江에서

해선녀 2004. 8. 1. 19:56
 
 
 

아름드리 울울한 소나무 사이로

영혼의 잠을 깨는 영강을 따라

화랑들도 말달려 갔을 길을 걷는다.

 

 

길섶에서 꼬리 흔드는 보라색 칡꽃,

방긋 웃고 선 연노랑 달맞이꽃은

어느 옛사람이 남겨 두고 간 마음일까?

내 길에 남은 것은 무엇인가

이제 와 내가 영혼의 잠을 깬들,

동네방네 나팔 불 일 있을까마는

 

 

젊은 날 셋방 작은 창문 위로
아침마다 핑크빛 입술을 열어재끼던

그 꽃, 나팔꽃이 생각나네.

밤이면 새초롬히 입 오므리어도

달에게 여린 덩굴손 몰래 뻗어 보고

땡볕에 숨이 막혔다고 미주알 고주알

별들에게라도 일러바치던 그 꽃,

 

 

그렇고 그런 꽃도 여기 있었노라

영혼의 강언덕에 나도 한 작은

나팔꽃으로라도 피어 있고 싶어라.

2004. 7. 31.

'노을 비낀 숲에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막바지 여름  (0) 2004.08.09
어느 영혼과의 만남  (0) 2004.08.03
여름 사랑  (0) 2004.07.22
나, 여기 있소 / 自由하는 自有  (0) 2004.07.16
浮草  (0) 2004.07.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