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저리칠 정영쯤이야
비 개인 하늘 까르르
웃음 한바탕으로 담장을 넘던
줄장미 때만 해도 좋았지.
진땀이 줄줄 흐르는
무더위가 기승을 부릴 땐
터질듯 붉은 열꽃이 간당간당
목구멍에 걸려 있고는 했어.
지금은 고개숙인
해바라기의 침묵,
스스로 무디어진 심장을
붕대처럼 감싼 꽃잎들만
아쉬운 걸음 더디더디
세월을 세고 있다.
잘 했네, 잘 했어.
무던히도 잘 넘겼어.
세월이 가고 또 가고 나면
무슨 아쉬움이 그리 남겠는가.
문득 선선한 바람 한 줄기
막바지 여름의 등 뒤로
차마 불어 오지 못하고
담장 너머 저만치 웃고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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