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 비낀 숲에서

막바지 여름

해선녀 2004. 8. 9. 22:16

 

 

진저리칠 정영쯤이야

비 개인 하늘 까르르

웃음 한바탕으로 담장을 넘던

줄장미 때만 해도 좋았지.

진땀이 줄줄 흐르는
무더위가 기승을 부릴 땐

터질듯 붉은 열꽃이 간당간당 

목구멍에 걸려 있고는 했어.

 

지금은 고개숙인

해바라기의 침묵,

스스로 무디어진 심장을

붕대처럼 감싼 꽃잎들만

아쉬운 걸음 더디더디 

세월을 세고 있다.

 

잘 했네, 잘 했어.

무던히도 잘 넘겼어.

세월이 가고 또 가고 나면

무슨 아쉬움이 그리 남겠는가.

문득 선선한 바람 한 줄기 

막바지 여름의 등 뒤로 

차마 불어 오지 못하고

담장 너머 저만치 웃고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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