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꾼의 흥얼거림도 들리지 않고
개 짖는 소리조차도 들려오지 않았어.
말라 가는 풀잎들 좀 적셔라도 주지,
빗소리도 들리지 않았어.
다 버리고, 영혼 하나 떠나고 있었을까.
이제는 가야지, 가야지하면서
조막만큼 남은 마지막 햇살
차마, 못다버린 옥양목 홋이불마냥
담벼락에 하얗게 걸어 놓고
해바라기하던 그 노인이 이젠 정말로,
골목끝을 돌아 훌쩍 가버렸을까.
완벽하게 빗장이 걸린
밤의 독방에 갇혀버린 나는
골목 이쪽 켠 마른 풀섶 아래에서
여전히 꼬물대며 비를 기다리는
한 마리 새파란 풃벌레 같았다고나 할까.
Sergey Rachmaninov (1873-1943)
Rhapsody on a Theme of Paganini, Op.43
Sergey Rachmaninov, piano
Eugene Ormandy, conductor
Recorded: 24 December 1934
17. Variation XVI: Allegretto 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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