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벽 아래 마른 가지에 꽃을 피워내는 진달래꽃을 보면 교훈과 함께 위로를 얻는다..낭떠러지에 떨어진, 혹은 절벽에 콱 막힌 것 같은 현실적 상황에서도 미련하게도 행복의 꿈을 깨지 못하는 내 마음과 닮아 보여서....
백두산 아래 작은 두견호텔에서는 두견차를 몇 잔 마시고 자서 그랬는지,밤새도록 배개 밑으로 저 진달래 꽃잎들이 떨어져 둥둥 두만강으로 떠내려 가는 듯하였다.. 숲길을 헤치며 거슬러 간 아침산책에서 우리는 뜻밖에도 천지 아래 오두마니 숨어 있는 작은 호수 소천지를 만났다. 호숫가에 드리운 나무가지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이 수면 위에 고요히 아침미소를 그려 나가고 있었고, 한국말을 모르는 흑단 머리채를 길게 뒤로 묶은 한족 여인이 말없이 수줍게 웃으며 따라 주는 맑은 두견차의 은은한 맛과 향기가 마음을 참 편안하게 해주었다. 백두산 등반 안내를 하며 호숫가 작은 통나무 집에서 기념품 가게를 하면서 살고 있는 조선족 남편은 그 동안 많은 일을 껶고 살아 왔지만,모든 것을 비우고 그렇게 소박하게 살아가는 것이 참 행복하다고 말했다.
이 시린 세상 그래도 여기까지 건너 온 것만 해도 어디냐. 나는 늘 그렇게 나 자신을 위로한다. 그대여, 절벽 아래에서도 졀벽을 병풍삼아 그렇게 꿈같이, 평화로운 마음으로 살 수 있다는 것. 그것은 그냥 하는 소리가 아니다. 보왕삼매경이었던가, 몸에 병이 있는 것, 마음에 고난이 있는 것을 복으로 받아 들이라고...그래, 무엇보다도, 콱 막혀오는 현실 앞에서도, 어떤 곳에서도 봄날은 간다. 내 차가운 입술에 그대 가슴 데었거든 날 용서하라. 그대가 나의 따뜻한 가슴을 요구할 때 나는 어줍잖게 '차가운' 내 머리를 들이대었다. 그대의 가슴에 아직도 남은 상처 있거들랑 저 맑디 맑게 피었다 져가는 분홍빛 꽃잎에 실어 떠내려 보낼 수 없을까? 나도 그러리라. 오늘 아침엔, 가지 사이로 솔솔 부는 바람에 꽃잎이 다 떨어지겠다고.뻐꾸기가 우네..
사진: 달빛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