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내 베란다에서 얼어 붙었다가
말라붙은 수련 수반 하나를
비우지 못한 채 빈 화분들 밑에 놓아 두었다.
뭉크의 절규와 차이콥스키의 비창이
쩍적 논바닥처럼 갈라진 채
무대 밑에 깔린 것이다.
남먼저 피어났던 아젤리아꽃
가슴 윗켠에 매달린 먼지 낀 샨델리아에
빠알간 물주리개 주둥이로
낡은 꽃잎들을 달래며 물을 뿌린다.
밝디 밝은 콜로라투라 소프라노
진홍빛 철쭉이 무대 위를 가득 채운다.
아장아장 걸어 나온 아기 소나무가
작은 손가락들을 활짝 펴서 박수를 친다.
다른 꽃들도 덩달아 박수를 친다.
난간 위에 걸터 앉은 햇살이 까르르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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