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 비낀 숲에서

은행나무길 2

해선녀 2004. 3. 14. 18:35
 
 
 
은행나무는 
가을을 기다려 산다.
저 찬란한 의상을 입고
마침내 도열해 선 왕녀들의
자지러지는 웃음소리 들리는가?
 
하늘을 덮는 
노오란 터널 아래로
꽃마차와 백마들이
꿈결처럼 흐르는 뒤를
 
우르르 박수 치며 따르는

노오란 군중의 함성도 들리는가?
 
 

천지를 진동하는 북소리에
 
치맛자락 휘날리는
 
이파리 하나 주워 들고

행렬을 따라 나도 걷는다,
 
 
 
노란 구름들을 애무하는

가로등 불빛 속에서
 
나도 넉넉한 웃음 웃으면서
 
 

은행나무 길에 저녁이 오면  
 
축제는 도를 더하고

샴페인 터뜨리는 소리가
 
마침내 노오란 구름을 둟고

까만 하늘로 두둥실오른다.
 
 

은행나무 길 모퉁이엔

은행잎들이 차마 떠나지 못하고
 
군밤 파는 아낙네를

밤늦도록 지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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