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나무는
가을을 기다려 산다.
저 찬란한 의상을 입고
마침내 도열해 선 왕녀들의
자지러지는 웃음소리 들리는가?
하늘을 덮는
노오란 터널 아래로
꽃마차와 백마들이
노오란 군중의 함성도 들리는가?
행렬을 따라 나도 걷는다,
가로등 불빛 속에서
은행나무 길에 저녁이 오면
샴페인 터뜨리는 소리가
까만 하늘로 두둥실오른다.
은행잎들이 차마 떠나지 못하고
밤늦도록 지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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