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는 것들을 사랑하리라. 스태인드 글라스에 고흐의 노란 집이 영원히 갇혀
있다며 자랑하며 건네 주고는 Virtuoso CD와 DVD를 싸 주면서는 새파란 눈을 빛내며,
당신이 보고 들을 때마다, 늘 새로운 음악들이 되어 줄 것이라고 말하는 당신.
그러는 당신도 참 사랑스럽다. 언젠가 사라져갈,그러나, 세상의 모든 아름다움에
대해 다 찬탄해 마지 않을 것 같은 그 순진무구한 눈빛의 당신도 참 아름답다.
존재는 언젠가 사라지는 것, 버려지지 않는 소유 또한 어디 있으랴. 아쉬움을
남기면서 지금 이 가게를 버리고 떠나듯이, 어느 날 내가 이 세상을 버리는 날,
내가 사라지는 날, 레퀴엠 같은 건 필요없고, 오래 익은, 그러나, 또한 새로운
바이올린 선율 하나 들으며 가고 싶다. 가볍게, 가볍게, 꽃잎처럼 가볍게.
2002. 2. 22.
보스톤 심포니 기념품 가게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