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 비낀 숲에서

詩를 가지고

해선녀 2004. 3. 11. 17:31
 
 
 
詩를 가지고 

철부지 어른들이

저 혼자서 숨박꼭질을 한다.
 
엉덩이 다 내어 놓고
'나 숨었다'하는 어린아이들처럼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고

안보인다 하는 사람들처럼

 
시를 가지고 
바보같은  어른들이
저 혼자서 수수께끼를 푼다.
 
대문 뒤에 숨었다가
뒷방 구석에서도 찾고
잠이 들면 금새 
꿈속에서 천재가 되기도 한다.
 
보석같은 해답을 찾았다고 
방방 뛸 땐 언제고
못찾겠다 꾀꼬리, 
울먹이는 건 또 무어냐고?
  
詩에 모든 해답이 
들어 있다고 누가 말했나.
다만, 더 이상 숨을 일도 없고 
찾을 일도 없을 때,
 

그 때는 이 막막한 세상
무슨 재미로 살겠느냐는 거지
그저, 그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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