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참을 머리에 이고 가는
시골 할머니댁 언니야 뒤로
막걸리 주전자를 든
내 일곱살 종아리가
종종거리며 따라 갔지.
밭가는 소의 울음소리 들으며
검둥이도 날 따라 오고.
낮잠 들었던 논둑길은
내 발자국 소리에 놀라
기지개를 켰지.
한낮의 해를 향해 가슴을 열던
그 들판 배꼽쯤 어디였을까?
짙은 풀냄새가 코를 찔렀어.
이거, 풀이야, 콩이야?
밭고랑에 앉아 풀인 줄 알고
콩 싹,고추 싹을 다 뽑아 놓다가
풀잎 사이로 뾰촘히 얼굴 내민
꽃 한 송이를 보았지.
언니, 이거 무슨 꽃이야?
뭐긴 뭐야, 오랑캐꽃이지.
빨간색도 아니고
파란색도 아니고
바이올렛도 아니고
제비꽃도 아니고
화단도 아니고 밭고랑에
부끄러이 얼굴 내민 보라색 꽃
하필이면 그 이름 오랑캐라니.
상관없어. 이뿌면 되잖아?
내 유년의 첫봄이 그렇게 왓지.
이름보다도 더 예쁜 꽃 하나
머리에 꽂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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