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 비낀 숲에서

추락

해선녀 2005. 12. 20. 07:02

 

 

 

산으로 오르는 길을 따라 나섰지.

둥둥 북을 치며, 깃발을 흔들며.

날개도 없이, 꿈도 아닌데,

우리 모두 어느 새 하늘로 떠 올랐어.

열에 들떠, 눈치챈 사람은 아무도 없었지.
아아, 그러나, 하늘 요소요소에,

신께서 마련해 놓은

빈 공기 주머니들이 있을 줄이야.

 

 

툭, 툭, 툭, 숲 여기 저기서

겨울나무 가지를 부러뜨리며 떨어지는 소리

하얀 눈 쌓인 숲에 피가 가득 번진다.

엉뎅이가 깨어진 사람들의 행렬이
구물구물, 산을 내려 가네.
신이시여, 제발, 꽁꽁 얼어 붙기 전에 
우리 모두 마을에 도착하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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