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 비낀 숲에서

시인들 옆을 지나며

해선녀 2004. 2. 8. 05:07

 

 

 

 

이 지랄같은  

삶의 구덕에서

달 한 번 쳐다보지 못하는데.

詩는 무슨 얼어죽을,

코웃음들 치겠지만.

 

일 끝내는 저녁 건축 현장에서

구멍 숭숭 뚫린 드럼퉁에

폐자재로 불 피워놓고

눈썹 하얗게 빛내며

둘러 선 그대들은

그대로 詩입니다.

 

얼근한 마음 서로 건네 줄

소주 한 잔이면 그대로

월하 시인들이지요.

 

야, 너는 또 아들 낳았냐,

요즘 세상엔 딸이 더 좋아.

에이, 이놈아,

기술이 없어서 그래.

 

왁자하니 웃는

그대들의 생목소리가

지나가는 나를

눈물나게 찡하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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