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 비낀 숲에서

비 오는 바다의 멜랑콜리

해선녀 2004. 2. 11. 20:40

 

 

 

 

 

가벼워,

존재가 너무 가벼워서

저 빗방울은 아무렇지도 않게

떨어지는가?  풀 위에 빈 배 위에

하얀 눈발도 떨어져 사라지던 저 바다 위에

아무렇지도 않게 아무 일 없었던 듯

떨어져내려 흔적도 없이 사라져 간다.

그럴 것을 무에 그리 잘났다고

세상 고민 혼자 다 짊어진 듯

오만방정 다 떨고 흔들었는가,

흔들렸는가, 소리치며 눈물 흘렸는가.

가자, 가자, 저 깊은 바다 밑,

아무 일 없었던 듯,

검붉은 미역 줄기 일렁이는 곳,

눈 먼 물고기들 느리게 유영하는 곳,

폐선의 스크루 하나 넘어져 있는 곳

망가져서 산산히 다 부서져서 가자.

내려가자, 무겁게, 그러나, 아무 것도 아니게.

내래지도 않는 듯 가볍게 아니, 무겁게,

비가 내린다, 빈 바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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