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 비낀 숲에서

아름다운 4월 어느 날

해선녀 2004. 2. 9. 18:32

 

 

 

41803

 

 

 

 

구곡간장을 접으며 꺾으며 아득히 솟아 오른 하늘장승의 눈물이 내 낡고 허술한

심장으로 굉음을 내며 내려 꽂히고 있었다. 정말 그랬다. 심장에 구멍이 뻥 뚫리도록

백리 위에서부터 내 머리 위로 알 수 없는 슬픔이 쏟아져 내렸다. 어떤 영혼이 있어,

폭포를 저렇게 오래 울게 하였을까...

 

계곡을 따라 내려오는 길, 폭포는 이내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시침을 떼고 재잘거리며 

계곡을 흘러내려 가고, 간혹 질척거리는 흙길은 아직도 비질거리며 번져가고 있는

폭포의 눈물을 훔치고 있는 형국이었다. 폭포의 눈물은, 이젠, 온산을 뒤덮은 연록의

축제 길을 연 기쁨을 주체하지 못하여 질금거려지는 것이었을 지도 모른다.

 

 

폭포인들, 혼자 울던 아침의 고요를  왜 모르겠는가.이제는 계곡물의 재잘거림이

사랑스러워,  혹은 , 심원의 침묵으로 든든히 버텨 주는 나무뿌리가 고마워, 제 몸

안으로 제가 숨는 산길의 눈빛이 아름다워서, 그래서 회심의 미소를 띄우며 눈물을

비질거리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산을 내려오니 수줍던 꽃나무들은 어느 새 붉은 루즈를 칠한 창녀처럼 늘어섰고,

세상은 여전히 제 멋대로인 것만 같았다. 뭇사람들의 슬픔을 받아 안고 밤낮으로

울어 주있을 그 폭포가, 그 곁에서 투명한 고요로 미소하던 산철쭉 연분홍 꽃잎의

그 애잔함이, 비질거리며 흐르던 산길의 그 숨죽임이, 모두 다 거짓말이었을까?

 

거짓말처럼 예쁜 꽃나무들 사이로 거짓말처럼 환히 웃으며 어슬렁어슬렁 나도 걸어

갔다. 헤드라이트의 불빛들이 거짓말처럼 내 걸음마다 내가 볼 수 있을 만큼씩만 

시야를 만들어 주었다. 그래, 보이는 것만큼만 보는 거야. 참, 거짓말처럼, 내게

열려진 아름다운 사월의 봄날 하루였지 않았는가. 어차피, 내가 알 수 있는 만큼만, 

열릴 세상,

 

너무 먼 곳까지 모든 것을 보려고 하는 것은 주제넙은 일이야.  그러다가는 바로

코 앞의 현실도 보지 못하고 넘어지고  말지 않을까.  아름다운 꿈결 같은

사월의 하루를 나는 오늘 그렇게 보냈다.

 

 

 

 

미루님이 저 레스토랑 벽난로 앞에서 책읽으시던 그 아름답던 사진이 아무리 뒤져 봐도 없네요...어디로 숨었는지...대신 이거라도...

혹시, 미루님이나 순례자님이 그 사진을 가지고 계시지 않으신지요? 있으시면 연락 주세요.. 다시 올리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