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그렇게 존재하시는가 봅니다.
어디고 내가 있고 어디고 내가 없고
무엇이든 나이고 무엇이든 나 아니게.
예, 님의 소리는
들리는 듯 들리지 않고
안들리는 듯 들립니다.
저도 있는 듯 없고 없는 듯 있거든요.
다만 그것을 아는 듯 모르고
모르는 듯 아는 것이지요.
건듯 부는 바람처럼
오시는 듯 오시지 않고
오지 않으시는 듯 오시는 님
만나는 듯 만나지 않고
만나지 않는 듯 만나는
존재, 존재들
사랑하는 듯,
사랑하지 않는 듯
아, 우리들은 이렇게,
신을 흉내내고 있는 것일까요?
존재하지 않는 듯 존재하는 신이
만들지 않은 듯 만든 우리가?
'노을 비낀 숲에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늘 아침 창가에서 참새들이 하던 말 2 (0) | 2004.02.06 |
---|---|
오늘 아침 창가에서 참새들이 하던 말 1 (0) | 2004.02.06 |
파란색도 버린 어느 비 오는 저녁 (0) | 2004.02.06 |
비유에 관한 객설 1 : 비유의 물수제비를 뜨며 (0) | 2004.02.05 |
보라색꽃 내 시어머니 (0) | 2004.02.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