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 비낀 숲에서

저 나무 아래에만 누워도

해선녀 2004. 1. 31. 18:05



아파트를 멀찍이 바라보며
나무 한 그루 서 있지.
 
오늘 같은 휴일,
아파트를 빠져 나와
그 나무 아래 자리 하나 깔고
팔베개하고 누우면
아파트 숲은
공을 차며 조잘대는 아이들의
생명의 소리들을 울려 내어 주는
아름다운 악기가 되네.
삶의 한가운데를
아슬하게 솟아 오르는
저 도시의 법정에 모여 선
장대한 증인들 같던 아파트 벽들이,
내 겨드랑이 밑에서
솜털 한 가닥만한 크기와 무게들로
한들거리며 노래하지.
저 나무 아래 누워
나도 푸른 나무 한 그루가 되고 보면.
03/08/10사진: 순례자님Villano Y ricercara (Kaori Muraji 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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