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를 멀찍이 바라보며나무 한 그루 서 있지. 오늘 같은 휴일, 아파트를 빠져 나와 그 나무 아래 자리 하나 깔고 팔베개하고 누우면 아파트 숲은 공을 차며 조잘대는 아이들의 생명의 소리들을 울려 내어 주는 아름다운 악기가 되네. 삶의 한가운데를 아슬하게 솟아 오르는 저 도시의 법정에 모여 선 장대한 증인들 같던 아파트 벽들이, 내 겨드랑이 밑에서 솜털 한 가닥만한 크기와 무게들로 한들거리며 노래하지. 저 나무 아래 누워 나도 푸른 나무 한 그루가 되고 보면. 03/08/10사진: 순례자님Villano Y ricercara (Kaori Muraji 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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