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 비낀 숲에서

거울 보기

해선녀 2004. 1. 30. 12:29

                                         

 

         나는 남들에게 어떻게 비칠까?

그것이 한번씩 궁금하다.
그러나, 또 한편,
그 거울이 어떤 거울인가가 궁금하다.
거울에 따라서는 내가 아주 그럴 듯하게도 보이고
그 반대이기도 하니까.
 
어느 거울이 똑바른 거울인가,
그 정답이 있을까?
그것 또한 대단히 주관적인판단에 달려있는
제 눈의 안경이기 십상이므로.
 
나는 평생동안 거울을 비쳐 보아도 
내 모습을 다 알지 못하고 끝날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제 안의 거울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제 안의 거울은 밖의 거울들과정말로 다른가?
나는 그것도 똑 같이, 믿을 수가 없다.
나는.성실한가, 미련한가,부지런한가, 
경솔한가,명랑한가, 호들갑인가,
신중한가, 답답한가,생각이 깊은가, 게으른가,
세상의 이면을 볼 줄 아는가, 세상을 비뚤게만 보는가,
대화를 하려고 하는가, 시비를 걸려고 하는가,
센스가 있는 것인가, 눈치를 보는 것인가...
 
나는 끊임없이 미운 나를 속상해 하다가
또  나를 정당화하고 싶고 미화하고 싶다.
나는 아름답다고 믿고 싶고  
영 아닌가 생각되다가도
정말로 그렇게 되도록 나를 승화시키고 싶다.
다른 사람들도 그럴 것이다.
우리는 그래서 거울을 통해 거울을 바라보고
그 거울 안의 거울 속을 또 다른 거울로비춰 본다.
 
그런데, 그 거울 속의 내가끊임없이 변하고
그 거울마저 끊임없이 변한다는 것,
그래서 그 끊임없이 변하는나와 그 거울들을 
바라 볼 수 있다는 것,이것은 축복이 아니겠는가?
나는 그런 거울들이 많은 이 세상,그 축복을 즐기려 한다.
나를 바라보는 거울이 비뚤어진 것 같아 보일 때마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는 나 자신의 안을
더 깊이 들여다 볼 계기로 삼을 일이다.
 
나를 어둡고 답답한 토굴 속의 거울에 가두어 둘 사람은 
나 자신이다.
그 안에서 빛을 향해 돌아앉을 사람도 역시 
나 자신이듯이...
 
 
03/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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