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나는 갈색빛의허접한 일들로 하루를 보냈다. 푸르라니, 무성하니, 달고 섰을 때는 언제고 이제는 무관하다, 무관하다며 나무들은 미련없이 낡은 잎들을 털어내는데 나는 여전히, 오래된 잎들을 주렁주렁 훈장처럼 매달고 그래도 나는 내 삶을 사랑하노라, 사랑하노라며,비내리는 도시를 헤매고 다녔다. 立冬이라. 나는 언제부터 여기로 오고 있었지? 내가 푸른 잎이었을 때도 나는 내가 여기로 올 줄을 알고 있었던가? 황혼에 이르러서 보면 지나간 일들이 다 꿈 같지만 때가 되면 어김없이,잎들은 떨어져 내리고... 네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고 있든, 여기, 이 곳에서. 그렇게 묻고 서 있는 너 자신만은 그래도 믿으라고외줄에 아슬하게 걸린 잎 하나가 유언처럼 내게 말한다 빈센트는 그 말마저 믿을 수 없어서 귀를 잘라 본 것이었을까? 그래. 나는 지금 황혼, 그리고, 立冬에 서 있다. 소리내어 말해 보지만, 아, 여전히. 무엇이 달라진 것인지 알 수가 없네. 그만하면 너도 중증이야. 계절이 오고 가도 마음 설레이지도 않는 오래 묵은 계절 하나를 너도 네 안에 가지고 있네. 그 잎은 내게 그렇게 말하고는 고개를 숙인 채 낙하해 갔다. 한 번쯤, 그 치마폭을 마지막으로나풀거리며 비상하는 듯이도 보였지만, 그 잎은 젖은 흙 속에 곧장 파 묻혀 다시는 바람에 이리 저리 휘날려 가고 싶어하지도 않는 것 같았다..... 03/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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