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user in Montagnola 몬타뇰라의 집들/ 헤르만 헤세
내가 소풍을 마치는 날
나는 그 때 저녁놀을 보고 싶다.
저녁놀에 비친 손자들의 맑은 뺨을,
오동통한 손등을 어루만지고 싶다.
눈이 내리거나, 또는 비가 오거나
비바람이 몰아치는 저녁이어도,
습한 대기의 웅얼거림을 신의 자장가처럼 들으리라.
어스름 어둠이 다가올 때,
가로등이 하나 둘 켜지기 시작할 때,
나는 설핏 눈을 뜨고 마지막
세상 모습을 한 번 더 둘러보고 싶다.
그리고, 나도, 천상병처럼
내 소풍이 아름다웠노라고 말하며
미소지으며 눈을 감고 싶다.
그 때, 바이얼린 선율 하나 들리면
더욱 행복하리라.
그 때. 통증에 휩싸일수록,
평화스러운 사랑의 선율 들려오면 좋겠다.
이승에서의 어리석음과 슬픔과 고통을
그 선율 따라 물살처럼 흘려 보내며
나는 조용히 소멸하리라.
03/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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