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 비낀 숲에서

빈 의자 03

해선녀 2004. 1. 27. 08:10
 
 
빈 의자에 앉아 있었네.
새 한 마리 그 옆 의자에 와서
무어라고 조잘대다 가고
쓸쓸한 노인 한 분이 또 그 옆 의자에 와서
무어라고 중얼거리다 가고 
나는 말없이 그의 옆얼굴만 훔쳐 보았네.
해는 설핏 기울어 가는데
왜 아직 아무도 안오는 거지?
나도 혼자 웅얼거려 보네. 
하나, 둘, 셋, 넷, 빈 의자들 위로 까르르 
수다같은 낙엽들이 무수히 떨어져 내리고
실어증 걸린 가을은 저 혼자서 깊어만 가네.
 
 
 
03/10/14
순례자님의 숲속 빈 의자 사진을 보며
 

41981

'노을 비낀 숲에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을 속으로  (0) 2004.01.28
가을 몽유도  (0) 2004.01.27
내 마음은 아직도  (0) 2004.01.27
외줄타기2 / 광명과 실명 사이  (0) 2004.01.27
11월, 억새의 노래  (0) 2004.0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