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부는
11월의 언덕에 서서
나는 그대를 외면하네,
마지막 선택도 아니게
그것은 이제 운명같은 것.
그대를 향해 손짓하고,
염원하다
행여 원망하는 마음 남을까 두려워
뼈속까지 시려오는
삭막한 그대 얼굴
차마, 못본 것으로 하려네.
뒷꼭지만 내어놓고
엎드리는
이젠 너무 늦은 계절,
아니 너무 이른 계절,
그러나, 그대를 견디기만 하는 건
너무 서러워
환청이라 해도 좋네.
그대의 고운 숨소리
그 다정하던 발자국 소리
내 품속에서 흐느끼던 소리.
폭풍의 언덕
히스 소리같은
그 소리만 들으며
봄을 기다리리라.
환상이라 해도 좋네.
나, 지금,
그 기억만 안고 쓰러져
긴긴 겨울을
그대와 동침하려 하네.
03/11/02
419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