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 비낀 숲에서

나무처럼 살고 싶다

해선녀 2005. 9. 12. 21:34

 

 

 

나무처럼 살 수 없을까?
아무 것도 도모하지 않고 획책하지 않고
무마하지 않고 훼손하지 않고 왜곡하지 않으며
있는 그대로, 드러내어 보여 주며,

 

관통 당해도 점령당해도 

잠깐만 일렁이다 다시 제 자리

아무 일 없었던 듯 돌아가 서 있을 수 없을까?
그 손끝 아무도 모르게 바르르 떨며

빈하늘 향해 그래도 오르며 솟아 오르며.

 

나는 너무 자주 흔들린다.

꺾이고 부러지고 뿌리째 뽑힐 것도 같다.

바람이 불어도, 햇살이 아무리 뜨거워도,

눈이 내려도 달이 떠도 아무 일도 없어도.

그냥 거기 늘 같이 서 있는 나무처럼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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