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 비낀 숲에서

발톱을 깍으며

해선녀 2005. 4. 13. 07:33

 

 

 

 

유난히 길고 봇생겼지만.

오돌도돌, 콩나물 대가리 같은 것이

느타리버섯 대가리 같은 것이 

까끌까끌 열쇠 끝을 만질 때 같은

오징어를 잘강잘강 씹고 있을 때 같은

아무도 모르는 은밀한 쾌감

발톱을 만지작거리면 나는 마부가 된다.

고삐를 붙들고 그 끝을 지긋이 누르면

고개를 흔들며 푸르르르 입술을 털며

더거덕 더거덕 달려 나가지.

몸을 뒤로 재끼며 발굽을 쳐들며

무변의 상념들이 날개를 달고 훨훨

발톱 자르기를 미루어 온 건

그러고 보니, 그런 이유도 있었구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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