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에 한 때 살았더라고
흔적 하나 남기라면 그대 무얼 남기려오?.
땅바닥에 동그라미 하나 그려 놓고
돌맹이나 하나 가져다 놓으려오?
나는 내 오리된 장바구니 하나 남기려오.
그 옛날 그 누가 쓰던 망태기 하나
나무열매 몇 알 든 채로 남았더라오..
새끼 따다 먹이던 그 열매.몇 알 남긴 채로
움집 뒤란에 걸어 놓고 간 그 사람처럼
나는 내 오래된 장바구니 하나 남기려오.
뙤약볕 내리는 날이나 비내리는 날에도
팔빠지게 들고 다니던 내 장바구니.
예쁜 색시 따라 강 건너 간 장성한 새끼
생각하며 거적 문틈으로 하냥 내다 보다가
그 강물 따라 흘러가 버린 그 사람처럼.
사진: 순례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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