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 비낀 숲에서

그 여자가 미리 쓴 유서

해선녀 2005. 4. 7. 09:24

 


한밤중에 어느 답글 우연히 읽고 보니
나는 정영 미친 여자인 게 틀림없구나.
찔뚝없이 여기 저기 오만 말 늘어 놓고도
돌아서면 그만, 남의 말처럼 낯설어라.
낙산사도 불티로 날아 오만 번뇌 사라졌다면
낙산사는 부처님 앞에 예물 바쳐진 거라고
엉둥한 생각 겁도 없이 하고 있는 이런 여자니
불이라도 지를 듯, 정말 미친 여자 같구나.

이 소리 저 소리 턱도 없이 한 소리들,
그저, 언젠가 불태워질 이 작은 사원에서

미리 날아간 허무의 불티인양 그리 여겨 주소서.

 

 

 

사진: SHADH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