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 비낀 숲에서

묵정밭에서

해선녀 2015. 8. 17. 08:31

 

 

 

땅을 고르고 돌을 골라 내고

힘들여 나무들을 심었던 게 언제였던가?

어느새, 잡초 우거진 묵정밭이 되어 있다.

자작나무들이 씨앗을 퍼뜨렸는지

내 키만큼 자란 어린 나무들도 여기 저기 서 있다.  

아, 말릴 수 없는 이 자연의 힘.

 

다리를 스치는 덩굴손들에 길이 막혀 돌아 서는데

산도라지인가, 어디서 도라지꽃 냄새가 난다.

옛날, 엄마가 툇마루에 앉아 저녁반찬을 다듬다가

몇 뿌리, 마당가에 심어 놓았던 그 도라지

해마다 마당 한가득 그 은은한 향기로 새벽잠을 깨우더니. 

 

돌아 보아도, 그 보라색 꽃은 보이지 않고

내 젊은 날 숨소리가 잠들어 있는 덤불 위로

눈부신 노을빛 한 자락 자작나무 하얀 기둥들에 얼비쳐 있다.  

 

 

 

 

 

 

 

42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