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을 고르고 돌을 골라 내고
힘들여 나무들을 심었던 게 언제였던가?
어느새, 잡초 우거진 묵정밭이 되어 있다.
자작나무들이 씨앗을 퍼뜨렸는지
내 키만큼 자란 어린 나무들도 여기 저기 서 있다.
아, 말릴 수 없는 이 자연의 힘.
다리를 스치는 덩굴손들에 길이 막혀 돌아 서는데
산도라지인가, 어디서 도라지꽃 냄새가 난다.
그 옛날, 엄마가 툇마루에 앉아 저녁반찬을 다듬다가
몇 뿌리, 마당가에 심어 놓았던 그 도라지
해마다 마당 한가득 그 은은한 향기로 새벽잠을 깨우더니.
돌아 보아도, 그 보라색 꽃은 보이지 않고
내 젊은 날 숨소리가 잠들어 있는 덤불 위로
눈부신 노을빛 한 자락 자작나무 하얀 기둥들에 얼비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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