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란 못말릴 한 편의 시 같은 것.
끈에 매달려 떠다니는 철부지 풍선 같은 것.
시간 속에도 공간 속에도 있지 않아
무엇이 앞이고 뒤고를 말하는 것조차 무의미한 것.
그 옛날, 미국 처음 갔던 날 저녁산책길에,
Good Year라는 글씨가 선명한 은빛 우주선,
타이어 회사의 광고 에드벌룬 하나가
노을빛 하늘을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Good Year라,
어느날,신의 입김으로 불어져
이 망망한 세상에 툭 던져진 내 존재도
좋은 세월 한 세상, 잘 떠다니다가
언젠가 그 바람 다 꺼지면 조용히,
제자리로 돌아가 앉으라는 거겠지.
신의 입김이 좀 덜 미친 곳이었나,
내 눈이 먼저 어두워지면서
모든 것이 내겐 점점 은유들이 되어 가는데도,
나는 언제 누구와 무엇을 보고 해낼 수 있을까?
조바심을 내며 그런 예언들에만 집착했다.
내겐 그림자 친구가 하나 있어요.
그 친구는 스파게티에 알러지가 있어요.
그럼, 그걸 너만 먹으면 되지.
난 친구를 사랑한단 말이예요.
종알대는 손주의 고사리 손을 잡으면
어떤 우울의 숲에서도 오종종
순한 버섯 몇 송이가 피어 나면서
어떤 예언도 없는 평화가 찾아와
간혹, 돋아 오르려는 내 안의 알러지들을
'그럼에도 불구하고'의 역설로 다독인다.
사랑은 그 알러지를 함께 앓아내는 거란다.
삶은 어차피, 뜬금없이 돋았다가
간지러움을 남기고 스러지는 뾰루지들 같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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